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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 당시 1,341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4위에 오른 <베테랑>. 처음엔 저도 "400만 정도면 잘 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상영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마지막 장면에서 동시에 내뱉던 그 안도의 탄성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단순한 형사 액션물이 아니었습니다.

권선징악 서사, 단순한데 왜 이렇게 통했나
일반적으로 흥행하는 사회파 영화는 구조적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베테랑>은 그 공식을 비틀면서도 성공했습니다. 대기업의 불법 세습, 하도급 노동자의 임금 체불, 공권력과 자본의 유착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꺼내 놓고, 결국 "나쁜 놈 한 명을 때려잡는" 권선징악(勸善懲惡) — 쉽게 말해 선이 악을 응징하는 단순 대결 구도로 마무리 짓습니다. 여기서 권선징악이란 착한 편이 반드시 이기고 악한 편이 벌을 받는다는 서사 공식으로, 팝콘 무비의 가장 고전적인 형태입니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이건 분명 한계입니다. 실제 현실에서 대기업 총수 일가의 폭행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SK그룹 사촌 형제의 운전기사 폭행 사건 당시 집행유예 판결로 충분히 입증됐습니다. 시스템 자체를 뒤흔드는 서사가 아니라, 개인의 악마성에 모든 원인을 귀결시키는 방식이죠. 캐릭터 구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도철은 타협 없는 정의의 화신, 조태오는 동정의 여지가 없는 완전한 악. 입체성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극장에서 이 영화에 빨려 들어간 건, 역설적으로 이 단순함 덕분이었습니다. 복잡한 구조 분석보다 당장의 답답함을 씻어줄 카타르시스가 필요했던 2015년 여름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정확히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실제로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BIS) 집계 기준으로 <베테랑>은 2015년 8월 한국 영화 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10주 연속 유지했으며, 이는 같은 해 개봉작 중 압도적인 기록이었습니다.
소시오패스 조태오, "그냥 나쁜 애"가 왜 더 무서운가
악역 캐릭터에는 최소한의 개연성이 있어야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조태오를 스크린에서 마주하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유아인 배우가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듯, 감독과 배우는 이 캐릭터에 어떠한 연민의 서사도 일부러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나쁜 애 아니냐"는 한마디로 과거 트라우마도, 사연도 다 쳐냈습니다.
이 인물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확한 심리학 용어는 소시오패스(Sociopath)입니다. 소시오패스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죄책감이 결여된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을 가리킵니다. 영화 속 조태오가 억울함을 호소하러 온 배 기사 앞에서 "어이가 없네"라며 섬뜩하게 태도를 돌변하는 장면이 바로 이 정의를 고스란히 시각화합니다. 어린아이가 죄의식 없이 벌레를 괴롭히는 것처럼, 머뭇거림 자체가 없는 인물. 제가 그 장면에서 침을 꼴깍 삼켰던 건 공포 때문이 아니라, 너무도 현실적인 자본 권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사연 없는 악인이 오히려 더 공포스럽다는 건, 돌이켜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더 무섭습니다. 다만 이 선택의 부작용도 있습니다. 캐릭터의 깊이보다 자극을 우선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악인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결을 부여했다면, 영화가 더 오래 남는 울림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저는 봅니다.
- 조태오 캐릭터의 실제 모티브: SK그룹 총수 일가 친척의 운전기사 폭행 및 합의금 사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유아인 배우에게 베테랑은 첫 악역 도전작으로,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허무는 캐스팅이었습니다.
- 류승완 감독은 차 안 장면에서 수십 번의 테이크를 요구하며 조태오의 은밀한 열등감을 끌어냈습니다.
카타르시스의 실체, 명동 추격전이 남긴 것
클라이맥스인 명동 한복판 추격전과 난투극은 단순한 액션 신이 아니었습니다. 5일 밤낮을 촬영해 영화 상에는 1분 남짓 담긴 장면.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 감독이 합을 맞춰온 리얼 액션(Real Action) — 여기서 리얼 액션이란 와이어나 CG 보정을 최소화하고 배우와 스턴트팀이 실제로 몸을 부딪히며 만드는 촬영 방식을 뜻합니다 — 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극장에서 이 장면을 볼 때, 주변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는 대사로 이미 마음을 빼앗긴 서도철이 드디어 조태오와 정면으로 맞붙는 순간, 그 상영관에는 집단적인 카타르시스(Catharsis)가 흘렀습니다. 카타르시스란 억눌린 감정이 예술적 경험을 통해 한꺼번에 해소되는 심리적 현상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의 효용으로 설명한 개념입니다. 이 영화가 그 고전적 정의를 정확히 구현한 셈입니다.
다만 냉정하게 보면, 이 장면은 절차적 정당성(正當性)이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냅니다. 절차적 정당성이란 법 집행이 감정적 응징이 아닌, 정해진 법률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서도철이 조태오를 검거하는 방식은 정당방위를 유도하며 사실상 사적 보복에 가깝습니다. 사이다 결말이 주는 쾌감이 강렬할수록, "현실에서는 이게 불가능한 판타지"라는 씁쓸함도 그만큼 짙어지는 이유입니다. 저는 극장 문을 나서면서 그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안고 나왔습니다.
1,341만의 진짜 이유, 입소문이 만든 사회적 흥행
개봉 초기 제작진과 배우들의 목표치는 400만이었다고 합니다. 600만이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고, 800만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입소문이 흥행을 주도했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도, 주변에서 "꼭 봐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게 계기였습니다. 광고가 아닌 구전(口傳)이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당긴 구조입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BIS) 공식 기록에 따르면 <베테랑>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에서 명량, 극한직업, 어벤저스: 엔드게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이 중 유일한 장르가 형사 액션 스릴러물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통상적으로 블록버스터 흥행은 가족 단위 관객을 끌어모으는 사극이나 코미디가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사회적 공분이라는 감정선을 타고 그 공식을 깼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의 흥행에는 2015년이라는 시대적 맥락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재벌 갑질, 노동자 임금 체불, 경찰과 기업의 유착 같은 뉴스들이 끊이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관객들은 스크린 속 서도철에게 현실에서 받지 못한 통쾌함을 대리 경험했습니다. "우리 동네에 저런 형사 있으면 세금 내는 보람이 있겠다"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만큼, 이 영화가 건드린 갈증은 분명히 실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베테랑 조태오 캐릭터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건가요?
A.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SK그룹 총수 일가 친척이 운전기사를 폭행하고 합의금으로 마무리 지으려 한 사건이 모티브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 속 재벌 악역은 과장된 캐릭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 경험상 실제 관련 뉴스를 찾아보면 영화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현실이 더 황당한 경우도 많습니다.
Q. 베테랑 2 제작 소식이 있나요?
A. 2025년 초 기준으로 속편 논의가 있다는 보도가 간헐적으로 나왔으나 공식 확정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최신 정보는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사이트나 뉴스 검색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Q. 베테랑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에서 몇 위인가요?
A. 영화진흥위원회(KOBIS) 기준으로 1,341만 명을 동원해 명량,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역대 4위권에 위치합니다. 순수 한국 영화 중에서는 형사 액션 스릴러 장르로는 유일하게 이 순위에 올라 있다는 점이 의미 있습니다.
Q. 베테랑 명동 추격전 촬영은 얼마나 걸렸나요?
A. 5일 밤낮을 촬영한 장면이지만 완성된 영화에서는 약 1분 남짓 등장합니다.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 감독의 협업으로 완성된 장면으로, 와이어나 CG를 최소화한 리얼 액션 방식으로 촬영되었습니다. 배우 유아인은 이 장면을 가장 부담스러웠던 촬영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결론
<베테랑>은 서사의 깊이보다 감정의 정확함을 선택한 영화입니다. 구조적 사회 비판을 포기하고 권선징악 공식을 택했다는 비판은 맞습니다. 소시오패스 악역에 인간적 결을 부여하지 않아 캐릭터의 입체성이 아쉽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2015년 여름 그 극장 안에서 관객들이 함께 숨을 죽이고 동시에 탄성을 내뱉던 그 순간을, 단순히 팝콘 무비의 쾌감으로만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현실에서 받지 못한 정의에 대한 집단적 갈증이었고, 이 영화는 그 갈증에 가장 정직하게 응답한 작품이었습니다. 지금 처음 보는 분들이라면 '오락적 쾌감'과 '현실의 씁쓸함'을 동시에 느낄 준비를 하고 보시길 권합니다. 두 감정이 겹치는 그 지점이 이 영화의 진짜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