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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2》는 2022년 개봉 당시 1,2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코로나 이후 침체된 극장가를 단숨에 되살린 작품입니다. 저도 개봉 첫 주에 극장을 찾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1편의 장첸이 남긴 잔상이 너무 강했거든요. 과연 그 자리를 채울 악역이 나올 수 있을까 — 극장 문을 열고 나오는 길에 그 답이 나왔습니다.

베트남 배경이 만들어낸 분위기와 그 이면
《범죄도시 2》가 전작과 가장 확실히 다른 점은 해외 로케이션, 즉 베트남 현지 촬영을 통해 이국적인 범죄 공간을 무대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로케이션 확장이란 단순히 배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관할권 밖이라는 설정을 통해 형사가 공식적인 법 집행 절차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극적 장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덕분에 마석도 형사가 베트남 현지 경찰과 어설프게 협력하거나, "헬로 폴리스"를 외치며 즉흥 통역에 의존하는 장면들이 나올 수 있었죠.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초반 베트남 시퀀스의 후텁지근하고 어두운 골목 분위기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관광객 실종 사건이 한 달에 수천 건씩 접수된다는 현지 설정이나, 총기를 소지한 조직원들이 버젓이 활보하는 묘사는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었거든요. 실제로 베트남은 2010년대 이후 한국인 관광객과 체류자가 급증하면서 현지 범죄 피해 사례도 늘었다는 보도가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출처: KOTRA 해외시장뉴스).
다만 이 배경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베트남이라는 공간은 결국 강해상의 잔혹함을 강조하기 위한 배경 장치로 단편적으로 소모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현지 문화나 사회적 맥락과 실질적으로 연결되는 장면 없이, 어둡고 위험한 이국적 공간이라는 1차원적 이미지 위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되었거든요. 이 점에서 베트남 배경의 서사적 잠재력이 절반도 활용되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 로케이션 확장: 관할권 밖이라는 설정으로 비공식 수사 행동의 개연성 확보
- 긴장감 조성: 총기 소지 조직, 관광객 실종 사건 등 현지 위험 요소 적극 활용
- 한계: 베트남이라는 공간이 서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범죄 배경으로만 소비
강해상이라는 빌런, 장첸을 넘었는가
제가 극장을 나오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손석구 배우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나"였습니다. 강해상 캐릭터는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감정이 지워진 듯한 눈빛으로 이른바 카리스마틱 사이코패스 — 쉽게 말해 공감 능력이 결여된 채 오직 금전적 이득만을 위해 폭력을 수단으로 쓰는 인물 — 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 냈습니다. 납치에서 살인으로 장르를 바꾸는 순간, 극장 안 공기가 달라지던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강해상이 장첸을 넘어섰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캐릭터의 임팩트 면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지만, 빌런의 입체성(dimensionality) — 즉 악역 캐릭터가 단순히 잔혹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논리와 서사적 맥락을 갖추는 것 — 측면에서는 장첸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장첸은 흑룡파라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세력 확장의 목표와 부하들과의 관계가 레이어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반면 강해상은 돈이 된다면 누구든 해치는 고립된 포식자에 가까웠고, 그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악역이 주는 공포가 유형화된 패턴처럼 소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강해상이 자수라는 장치를 통해 처음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피해자 종훈이 베트남에서 스스로 경찰을 찾아가 자수하는 장면은 서사적으로 꽤 영리한 설정이었습니다. 범죄 피의자가 영상으로 자신을 찾아와 자수하는 유례없는 방식은 실제로도 이례적인 케이스로 다뤄질 만한 장면이었거든요(출처: 경찰청 공식 사이트). 다만 이 흥미로운 설정이 이후 서사 안에서 충분히 발전되지 못하고, 결국 마석도의 추격전을 위한 도입부로 기능하는 데 그쳤습니다.
속편의 한계, 그리고 시리즈로서의 전망
《범죄도시 2》가 1,2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업적으로 압도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 이후 극장 기피 현상이 지속되던 시기에 이 정도 흥행 지표는 사실상 한국 영화 시장의 회복 신호탄이었으니까요. 제 경우에도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앉아 있는 내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을 느꼈으니, 그 쾌감의 설계 자체는 확실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팝콘 무비로서의 완성도와 영화적 서사 구조의 완성도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서사 구조란 이야기의 갈등이 고조되고, 주인공이 진짜 위기에 봉착하며,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감정적 긴장이 쌓이는 흐름을 의미합니다. 마석도라는 캐릭터는 이미 어떤 위기에서도 패배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관객 사이에 공유된 신화적 존재가 되어 있어서, 아무리 강한 빌런이 나와도 서사적 긴장감이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속편 공식의 자기 복제라는 지적도 있는데, 저는 이게 단순한 비판을 넘어 시리즈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봅니다. '해외 배경 → 잔혹한 악당 → 장의수 개그 → 마석도 핵펀치'라는 공식이 3편, 4편으로 반복될수록 관객의 기대치와 실제 감동 사이의 간극이 넓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실제로 이후 시리즈들이 같은 공식 안에서 신선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프랜차이즈 영화의 핵심 과제라는 점은 영화 산업 전반에서도 오랫동안 논의돼 온 주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범죄도시 2, 1편 안 봐도 재밌게 볼 수 있나요?
A. 1편을 보지 않아도 큰 줄거리 이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마석도 형사의 캐릭터 매력이나 장의수 같은 조력자 캐릭터의 관계성은 1편을 보고 나면 훨씬 더 즐겁게 느껴지거든요. 제 경험상 1편 먼저 보고 이어서 보는 편이 몰입감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Q. 강해상이 장첸보다 더 무섭다는 의견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손석구 배우가 구현한 강해상의 냉혹함은 분명히 소름 돋는 수준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장첸보다 더 본능적인 공포를 준다는 의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저는 캐릭터의 깊이, 즉 입체성 면에서는 조직을 이끌고 나름의 논리를 가진 장첸 쪽이 한 층 더 복잡하게 설계된 빌런이었다고 봅니다. 어느 쪽이 더 뛰어나냐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Q. 범죄도시 2 관람 등급이 15세인데, 폭력 수위가 심한 편인가요?
A. 직접 극장에서 보면서 느낀 건데, 사체 유기나 도검을 이용한 폭력 장면들은 15세 관람가 기준에서 꽤 경계선에 걸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자극적인 범죄 묘사가 악당의 잔혹함을 강조하는 장치로 적극 활용된 편이라, 폭력 묘사에 민감하다면 미리 참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범죄도시 시리즈 계속 나오는 거, 기대해도 될까요?
A. 3편, 4편까지 이미 개봉했고 흥행도 이어졌습니다. 다만 같은 공식이 반복될수록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건 프랜차이즈 영화의 공통적인 숙제입니다. 시리즈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서사적 시도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범죄도시 2》는 팝콘 무비로서 최고의 역할을 해냈습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앉아 있는 내내 뻥 뚫리는 쾌감을 안겨주었고, 손석구 배우의 강해상은 분명히 기억에 남는 빌런이었습니다. 제가 극장을 나오며 동행과 강해상 이야기를 한참 나눴던 것만 봐도 그 존재감은 확실했습니다.
다만 서사 구조의 자기 복제, 마석도 캐릭터가 안고 있는 구조적 긴장감 부재, 그리고 베트남 배경의 피상적 활용은 오락성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한계였습니다. 이 영화를 단순히 "재밌다 / 재미없다"로 나누기보다, 한국 오락 영화가 흥행과 영화적 완성도 사이에서 어디쯤 서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방향이 훨씬 더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면 스크린 안에서 놓친 장면들을 더 많이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